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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메시지

벚꽃이 한창인 남해로 떠나는 미각여행

by 릴렉스라이프 2018.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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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남해대교부터 감지된다. 산에 펼쳐진 분홍빛은 무뎌진 아저씨의 마음까지 흔들어놓는다. 다리를 건너면 터널을 이룬 벚꽃이 인사를 건넨다. 국도19호선을 따라 남해읍으로 향하다가 노량삼거리에서 왼쪽으로 틀어야 한다. 남해의 진면목이 펼쳐지는 왕지벚꽃길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만나는 곳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이 서린 충렬사다. 이곳부터 약 4km 구간에 왕벚나무 1000여 그루가 있다. 그림 같은 벚꽃 터널에서 아스라이 떨어지는 꽃비를 맞으면 부러울 것이 없다. 벚꽃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푸른 바다는 세상 근심을 모두 녹여준다. 이러니 남해로 꽃놀이하러 올 수밖에.

 


충렬사에서 바다를 끼고 달리다 보면 왕지마을이라고 쓰인 입석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길과 산에 오르는 길이 갈라진다. 울창한 벚꽃 터널을 만끽하고 싶다면 오른쪽 산길로 올라가고 남해대교와 벚꽃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고 싶다면 해안도로를 따라간다. 벚꽃은 지방도1024호선을 따라가는 산 방향이 더 촘촘하게 피었지만 바다와 어우러진 벚꽃을 보며 유유자적하고 싶다면 해안을 따라 달리는 것도 좋다.  

 


보물섬 남해를 ‘꽃 섬’으로 만들어주는 또 다른 주인공은 형형색색의 튤립과 샛노란 유채다. 남해읍에 있는 장평소류지는 지역 주민의 인기 산책 장소. 초록으로 우거졌다가 봄이면 알록달록 꽃 세상이 된다. 팝콘 같은 벚꽃이 장평소류지를 환하게 밝힐 즈음이면 유채가 노란 얼굴을 드러내고 튤립이 꽃망울을 터뜨린다.

 

남해의 봄을 눈에 담았다면 이번에는 혀로 느낄 차례다. 오동통한 남해의 명물, 멸치가 기다린다. 남해는 ‘죽방멸치’로 유명하다. 죽방멸치는 일반 멸치처럼 그물로 잡지 않고 멸치가 죽방렴 안에 들어가게 해서 잡는다. 


 
죽방렴은 좁은 바다 물목에 세워 물고기를 잡는 대나무 그물이다. 죽방멸치는 빠르고 거센 물살 속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탄탄하고 쫄깃하며 기름기가 적어 고급 멸치의 대명사로 불린다.

 

멸치쌈밥과 멸치회는 남해의 대표 음식이다. 멸치쌈밥은 얼큰한 멸치찌개와 채소 쌈이 함께 나온다. 멸치찌개는 묵은 김치에 죽방멸치 우린 국물을 붓고 고추장에 버무린 멸치를 넣어 끓인다. 멸치회는 큼지막한 멸치를 고추장과 막걸리를 섞은 식초로 버무리는데 싱싱한 멸치와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이 어울려 젓가락이 쉴 새 없다. 노릇노릇한 멸치구이는 막걸리와 찰떡궁합이다. 


 
죽방렴을 볼 수 있는 지족리는 물론 남해 곳곳에 멸치쌈밥을 내는 음식점이 있다.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은 창선교 근처에 자리한 우리식당으로 42년간 한결같은 손맛으로 사랑받는다. 소박한 분위기에서 눈을 사로잡는 것은 손님들이 남긴 메시지다. 죽방멸치조림과 마늘장아찌, 시금치나물이 밑반찬으로 나와 남해의 명물을 골고루 맛볼 수 있다. 


 
장평소류지 건너편에 높이 10m 마늘 모양 조형물이 눈에 띈다. 국내 최대 마늘 전시관 보물섬마늘나라다. 남해는 일교차와 연교차가 작은 해양성기후로 추위나 더위에 약한 마늘을 재배하기 적합하다.

 

또 흙에 석회 성분이 풍부하고 양분 이동을 촉진하는 나트륨을 자연스럽게 공급해주는 해풍이 불어 양질의 마늘을 생산하기 좋은 조건이다. 보물섬마늘나라 입구에 가면 ‘어서 오시다’라는 남해 인사말이 맞는다. 내부에서는 남해 마늘에 대한 설명과 마늘로 만든 음식을 볼 수 있다. 흑마늘 진액과 비누 등 마늘로 만든 상품도 전시된다. 
 


보물섬마늘나라에서 나오면 약 300m 거리에 남해국제탈공연예술촌이 있다. 희곡작가이자 연극인으로 동국대학교 예술대학장을 지낸 김흥우 촌장이 세계 40여 개국의 탈 700여 점, 포스터 2000여 점, 대본 4000여 점을 모아놓은 곳이다. 이국적인 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기획전시실에는 공연 예술 자료인 대본과 팸플릿, 유명 배우의 사진이 전시된다. 폐교된 다초초등학교를 개조한 곳으로, 탈과 공연 예술 문화의 보고(寶庫)다.

 

남해 여행에서 빠뜨리면 안 될 곳이 남해유배문학관이다. 유배 문학은 유배된 자의 고독과 절망을 문학이라는 형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곳은 유배 문학을 주제로 한 국내 최대 문학관이다. 남해유배문학실에서는 ‘구운몽’, ‘사씨남정기를 쓴 서포 김만중, 경기체가 ’화전별곡‘을 비롯해 한시 70여 편을 남긴 자암 김구, ’남해문견록‘을 기록한 후송 유의양, 약천 남구만, 소재 이이명, 겸재 박성원 등 유배지 남해에서 예술혼을 불태운 이들과 그 작품을 소개한다.

 

이밖에도 남해의 생활과 문화를 소개하는 향토역사실, 전 세계 유배의 역사와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보는 유배문학실도 있다. 유배체험실에서는 소달구지를 타고 유배를 떠나는 4D 압송 체험이 가능하다. 남해유배문학관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에 문학과 예술의 꽃을 피운 선조들을 보며 진한 문학의 향취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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